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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동화’ 주인공 김범수의 메시지 “나는 안 된다는 생각 버려요” [IS인터뷰]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김범수(22)는 요즘 선두 팀 스타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고 있다. 대학 진학, 프로 진출에 모두 실패한 후 한때 7부리그에서도 뛰었던 그가 1부리그 제주에서 선발 출전해 골까지 터뜨렸기 때문이다. 7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범수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이날 충분한 휴식과 훈련 스케줄을 꽉 짜놓은 상태였다. 그는 지난 2일 홈에서 열린 K리그1 19라운드 FC서울전에서 선발 출전해 전반 26분 K리그 데뷔 골을 터뜨렸다. 5일 김천 상무 원정 20라운드에도 선발로 나섰다. 김범수는 지난달 제주에 입단해 지금까지 4경기를 소화했다. 김범수가 제주 유니폼을 입기까지 여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고등학교 때 클럽팀에서 축구를 했던 그는 또래 중 꽤 두각을 나타냈다. 김범수는 “내가 욕심을 과하게 냈다. 명문대학에 지원했다가 낙방했다”고 했다. 프로축구 R리그(리저브 리그)에도 지원했지만 실패했고, 실업리그인 K3 팀에도 지원했다가 미끄러졌다. 그가 선택한 건 입대였다. 김범수는 “군대에 가니까 축구 생각이 아예 안 나더라.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역할 때쯤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축구인데 왜 그만두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무작정 아마추어 팀인 K5와 K7 팀에 찾아가서 같이 훈련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군대에서는 축구할 때만 되면 '메시'가 되지 않았을까. 공교롭게도 그가 복무 중이던 2020년부터 코로나19 대유행이 왔고, 단체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사병들 사이에서 축구 실력 한번 뽐내보겠다는 사소한 바람조차 이루지 못했다. 김범수에게 “그래도 K리그1 선수 중에 기갑부대에서 장갑차 몰아봤던 유일한 선수 아니겠나”라고 하자 웃음을 터뜨렸다. 김범수는 2021년 봄 전역 후 동두천 원팀(K5)과TDC(K7)에서 훈련을 하다가 그해 여름 우연히 기회를 잡아 중랑축구단(K4)에 들어갔다. “하도 몸이 안 올라와서 동네 조기축구에도 빠짐 없이 나갔는데, 한 번은 조기축구 상대 팀에 중랑축구단 감독님이 계셨다. 나 뛰는 걸 보시더니 팀에 들어올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곧바로 다음날 찾아갔다”는 게 김범수의 설명이다. 그렇게 들어간 K4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운 리그였다. K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김범수는 “K4는 연륜이 있고 기술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K4라는 이름만 보고 낮춰 보는 이들도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가 올해 봄부터 제주 스카우트가 K4에서 뛰는 김범수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제주 구단에서 테스트 제의를 받았고, 몇 차례 연습 경기를 치른 결과는 합격이었다. 한때 축구를 포기하려 했던 김범수는 6월 21일 대구FC와 경기에서 드디어 K리그1 무대를 밟게 됐다. 골을 넣은 7월 2일 FC서울전은 김범수의 제주 홈 경기 데뷔전이었다. 그는 “사실 경기 전부터 너무 긴장됐다. 선발 명단으로 내 이름이 경기장에 울리고 관중 함성이 나오는데 긴장감이 엄청났다”면서 “골 찬스가 났을 때 ‘이건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골을 터뜨렸다. 순간 그 더운 날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그에게 “네가 잘 돼서 그걸 보고 다른 어린 선수들도 잘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김범수는 개인적인 목표를 잡기보다 입단한 지 얼마 안 된 제주에서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에 부딪혀 축구를 포기하려 했던 열아홉 살의 김범수와 같은 처지의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하부리그에서 뛰어 보니, 낮은 리그에 있다고 선수들이 스스로를 낮추더라고요. ‘나는 안 돼’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고 있어요. 저는 선수들이 그런 생각을 절대로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은경 기자 2022.07.0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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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K리그1 18라운드 MVP 김대원 "공격포인트 20개 목표"

프로축구 K리그1(1부) 강원FC의 약점은 공격력이다. 리그 18라운드까지 진행된 30일 기준으로 강원은 12개 구단 중 팀 득점 10위(20득점)에 그치고 있다. 무딘 공격력 때문에 강원의 순위는 강등권인 10위다. 올 시즌부터 1부에서는 최대 3개 팀이 K리그2(2부)로 강등될 수 있다. 최용수 강원 감독도 “아무래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창’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강원은 지난 2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18라운드 홈경기에서 4-2로 이겼다. 강원이 한 경기에서 2골 이상 기록한 건 지난 4월 6일 FC서울과 8라운드 원정 경기 이후 10경기 만이었다. 강원 공격수 김대원(25)이 2골·2도움을 기록하며 승리 주역이 됐다. 프로축구연맹은 김대원을 K리그1 18라운드 MVP(최우수선수)·베스트11에 선정됐다. 김대원은 일간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서 “라운드 MVP로 선정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팬들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주셨다. 약간 얼떨떨했다”며 웃었다. 김대원은 대구FC 소속이었던 2018시즌 21라운드 이후 4년 만에 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김대원은 “앞선 4경기에서 1무 3패에 그쳤다. 제주를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공격수가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며 “2016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한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 4개를 올린 건 처음이다. 대구FC 시절 R리그(Reserve League·2군)에서 한 번 해봤다”고 전했다. 올 시즌 김대원은 리그에서 공격 포인트 10개(8골·2도움)를 기록 중이다. 엄원상(울산 현대) 이승우(수원FC)와 득점 공동 4위다. 공격 포인트는 브라질 출신 세징야(대구FC)와 공동 5위. 김대원은 “공격포인트 20개가 목표다. 시즌이 절반 지나간 시점에서 10개를 했으니, 목표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시즌 김대원은 유효 슛 30개 중 9개를 골로 연결했다. 올 시즌에는 16개의 유효 슛 중 8개를 득점으로 만들었을 만큼 골 결정력이 향상했다. 김대원은 “최용수 감독님께서 공격수는 골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감독님 말씀과 동료들 도움 덕분에 경기력이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강원은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다음 달 2일 성남FC와 경기를 치른 후 5일 울산 현대와 만난다. 성남은 최근 5경기에서 2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울산은 리그 선두다. 김대원은 “체력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긍정적으로 하다 보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쉬운 팀이 아니지만 이기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2022.06.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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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잠정 연기… 2020시즌 K리그의 가장 큰 변수가 된 '코로나19'

설마했던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프로축구 K리그가 2020시즌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올 시즌 K리그 개막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연맹 측은 "최근 심각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여 국민과 선수단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점, 각 지자체들이 다수가 밀집하는 모임이나 행사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는 점, 각급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고 군부대의 외출과 외박이 통제되는 등 전사회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K리그 개막 일정을 소화하려던 연맹의 의지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된 코로나19의 기세에 꺾이고 말았다. 신천지대구교회를 시작으로 환자 폭증 상태가 발생, 전국적으로 지역 감염이 일어나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그 개막을 강행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모이는 축구장의 특성상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리그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대구·경북 지역을 연고로 하는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홈 개막전 일정을 연기하고 26일로 예정된 리그 개막 미디어데이도 취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 단계에 접어들며 리그의 정상적인 운영은 힘들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여자프로농구(WKBL)처럼 무관중 경기를 치르거나, 아니면 개막을 연기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어느 쪽을 선택해도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결과는 이제껏 전례 없었던 리그 개막 연기 쪽으로 굳어졌다. 똑같이 손해가 있더라도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과 프로스포츠로서 상업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선택이다. 개막이 늦어지는 만큼 예비일을 최대한 활용해 가급적 시즌을 큰 문제 없이 치르는 결말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리그 일정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던 각 팀 선수단이나 개막전을 준비하던 구단 프런트 등은 초유의 개막 연기 사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올 시즌의 가장 큰 변수가 된 셈이다. 연맹은 우선 코로나19 여파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추이를 지켜본 후 변경된 리그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K리그 선수들이 출전하는 R리그와 K리그 산하 유스클럽이 출전하는 K리그 주니어의 개막 역시 잠정적으로 연기되었으며, 변경된 일정 역시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또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는 전북 현대, FC서울, 수원 삼성, 울산 현대의 홈 경기도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치를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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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시즌 K리그 개막 잠정 연기… ACL은 무관중 권고 계획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은 24일 오후 2시 연맹 회의실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여,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2020시즌 K리그 개막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심각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여 국민과 선수단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번 결정에는 지난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점, 각 지자체들이 다수가 밀집하는 모임이나 행사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는 점, 각급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고 군부대의 외출과 외박이 통제되는 등 전사회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연맹은 코로나19 여파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추이를 지켜본 후 변경된 리그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K리그 선수들이 출전하는 R리그와 K리그 산하 유스클럽이 출전하는 K리그 주니어의 개막 역시 잠정적으로 연기되었으며, 변경된 일정은 추후 발표된다. 한편, 이번 이사회에서는 AFC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각 구단들의 홈경기를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치를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2.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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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베테랑 수비수' 조용형, 6개월 만에 제주 복귀...플레잉코치 계약

베테랑 수비수 조용형(36)이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에 복귀한다.제주 구단 소식에 밝은 관계자는 1일 "조용형이 플레이잉 코치 신분으로 합류한다"라고 밝혔다. 조용형은 같은날 울산 현대와 홈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본 뒤, 이후부터 팀 훈련에 참여할 전망이다. 조용형은 제주와 재계약하지 않고 지난해 11월 팀을 떠났다. 최근까지는 무적 신분. 그가 복귀하는 이유는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과 자신감 때문이다. 그는 지난 시즌 내내 벤치를 오갔고, 막판에는 R리그로 보내졌다. 최윤겸 제주 신임 감독은 조용형의 경험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는 현재 승점 10으로 강등권인 11위에 머물러있다.조용형은 2010 남아공월드컵 주전 수비수 출신이다.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그는 아직 현역 선수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피주영 기자 2019.06.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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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그라운드 공인' 1호 경기장 나왔다

리그 그라운드 공인제에 의한 첫 구장인증 경기장이 나왔다. FC서울이 클럽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는 GS챔피언스파크 내 인조잔디 축구장이 그 주인공이다.GS챔피언스파크 인조잔디 축구장은 FC서울 산하 유소년 클럽인 오산고등학교(U-18)와 오산중학교(U-15) 선수들이 주로 경기와 훈련을 하는 곳이다.GS챔피언스파크의 관리주체인 GS스포츠는 유소년 선수들이 부상 걱정 없이 마음껏 뛰면서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지난 2월 K리그 그라운드 공인제의 제품인증을 받은 인조잔디 시스템(주식회사 대원그린, DGTEU45-PAD)을 설치하고, 약 2개월에 걸친 심사를 거쳐 최근 구장인증까지 받았다.FC서울 U-18 오산고등학교의 명진영 감독은 “새 인조잔디 경기장에서 훈련을 해본 결과 기존 인조잔디보다 훨씬 천연잔디와 유사하다. 특히 공이 굴러가는 속도가 기존 인조잔디에서보다 빨라져 경기의 속도감도 높아지고,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오산고 2학년 박준도는 “슬라이딩 태클을 할 때 잘 미끄러지고, 점프 후 착지할 때에도 푹신해서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K리그 그라운드 공인제에 의한 제품인증과 구장인증은 학계와 현장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인위원회의 서류심사와 제품테스트, 실사 등 엄격한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현재 제품인증을 받은 인조잔디 시스템을 보유한 업체는 (주)대원그린과 케이앤비준우(주) 두 곳이다. 프로축구연맹은 향후 K리그 공인제에 의한 제품인증을 받은 인조잔디 시스템이 설치되고 구장인증을 받은 경기장에 한하여 K리그 주니어 경기와 R리그 경기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급 인조잔디 경기장의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최용재 기자 2019.04.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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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메시' 김대원 축구엔 바둑처럼 '수 읽기'가 있다

"슛이나 패스를 하는 선수의 자세와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저는 찰나의 순간,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 지도 생각해봐요. 바둑으로 따지면 수를 읽는 거죠. 상대의 움직임까지 알고 차면 골을 넣을 가능성이 커지잖아요. 물론 예상이 항상 맞아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하하"프로축구 대구FC의 공격수 김대원(22)은 축구 지능이 높다는 평가다. 스피드와 슈팅 능력을 갖춘 그는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역으로 이용하는 드리블까지 갖췄기 때문이다.지난 9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은 김대원식 '수 읽기 축구'의 백미였다. 후반 43분 땅볼 패스를 받은 그는 절묘한 턴 동작으로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를 가볍게 돌파해 시즌 1호 골을 뽑아냈다. 둘이 마크하는 상황에서 돌아서지 못할 거라고 방심한 제주 수비의 허를 찌른 것이다.김대원의 재치는 1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F조 2차전에서도 빛났다. 후반 36분에는 왼쪽에서 볼을 잡은 그는 페널티박스까지 툭툭 차며 들어오다 골지역 중앙으로 쇄도하던 에드가를 힐끗 봤다. 패스를 의식한 상대 수비가 잠시 흐트러진 순간으 노려 오른바 슛으로 2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대구 홈팬들은 이런 그를 두고 '대구 메시'라고 부른다. 171cm 작은 키에도 빠르면서도 여유넘치는 드리블이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닮았다는 뜻이다. 13일 대구 수성구 프로축구 대구 선수단숙소에서 만난 김대원은 "멋진 기술이나 화려한 드리블로 골을 좋아한다.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이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잘해서 더 많은 팬들이 대구은행DGB파크(대구 홈구장)를 찾았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김대원의 '축구 센스'는 바둑의 힘이다. 그는 또래보다 늦은 나이인 숭실중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그라운드 대신 반상 위의 승부사를 꿈꿨다. 김대원은 6세 때 바둑을 시작해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바둑 아카데미를 다녔다. 수준급 바둑 실력을 갖춘 그는 아마 3단이다. 어린 시절부터 위기 상황에서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승부를 가리는 데 익숙했던 셈이다.덕분에 먼저 축구를 시작한 선수들과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었다. 같은 기술을 배워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했다. 여기에 타고난 순발력과 민첩성도 한몫했다. 김대원이 고2가 됐을 무렵엔 고교 축구계에서 '보인고 14번(김대원 등번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일가견 있는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는 김대원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대구로 데려왔다. 조 대표는 "김대원은 10~20m 단거리 스프린트는 현재 팀 내 최고를 다툴 것"이라면서도 "큰 장점은 축구를 영리하게 하는 점인데, 어린 시절 바둑을 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대원은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도 소집돼 AFC U-23 챔피언십 예선(22~26일)에 참가한다. 김대원은 축구에도 복기가 있다고 했다. "바둑에서 복기하듯 시합 영상을 다시 보는데, 장면 하나 하나를 기억하고 비슷한 상황에서 떠올리는 집중력이 남들보다 좋은 것 같아요. 영상이 쌓이고 집중해서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 더 많아지면 큰 도움이 되겠죠." 김대원이 두각을 나타낸 건 지난 시즌 후반기다. 그는 데뷔 시즌인 2016년 K리그2(2부리그) 6경기 출전에 그치며 높은 프로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대구가 1부리그로 승격한 2017년에도 주로 2군 리그인 R리그에 나섰다. K리그1에서는 대부분 교체로 출전해 10경기를 뛰었다. 지난해 전반기에도 교체로 5경기, 선발로는 1경기에 나섰다."실력이 좋은 형들과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보니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힘든 시간도 있었죠. 축구를 시작하고 경기에 뛰지 못하는 것은 처음 겪어 보는 일이었거든요. 고민이 많았지만 버텼어요. 꾸준히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유지하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어요."후반기에 접어든 지난해 8월 리그 강원 FC전을 앞두고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급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하자 안드레 감독은 김대원을 기용했다. 김대원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안드레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입단 3년 만에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이때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공격포인트 8개(3골 5도움)를 쓸어 담는 등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올 시즌에는 브라질 듀오 에드가(32)-세징야(30)와 공격 삼각편대를 이뤄 대구발 돌풍을 이끌고 있다. 개막 이후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를 질주 중이다. 브라질 20세 이하(U-20) 대표팀 출신 에드가는 4경기 연속골(5골), 중원사령관 세징야는 4경기 연속 어시스트(5도움)를 기록 중이지만, 대구 공격의 화룡점정은 김대원이라는 평가다. 두 외국인 선수만으로는 공격이 단조로워 상대 수비에게 쉽게 차단당할 가능성이 큰데, 김대원이 다른 쪽에서 흔들어줘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올 시즌 대구가 치른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이들은 팀이 터뜨린 9골 중 8골을 합작했다. 다른 선수가 넣은 것은 지난 5일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1차전 때 황순민의 골이 유일하다. 김대원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더 뛰어난 공격수가 되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훈련에 몰두한다. 팀 공식 훈련이 끝나면 매번 따로 10~20분씩 슛 연습을 하고, 훈련 전후로는 30분씩 추가 근력 운동을 한다. 작은 체구에도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슛과 단단한 근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저는 키가 작은 게 약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큰 선수들이 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으니까요.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서 최고 경기력을 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참. 저 은근히 킥 능력도 좋아요. 세징야가 워낙 잘 차서 그렇지, 기회가 된다면 김대원표 프리킥을 선보이고 싶어요."쉴 때는 축구 PC 게임 피파온라인을 즐긴다. "저도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능력치가 60대로 무척 낮아요. 올해는 열심히 해서 80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하" 김대원은 오는 17일 울산 현대를 상대로 3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올해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 공격포인트를 15개 이상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제가 4년 차라 신인상인 영플레이상은 더 이상 받을 수 없는데, 대신 베스트11에 들고 싶어요. 팀은 당연히 모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겠죠. 리그에서 상위 스플릿(1~6위), 챔피언스리그는 16강 이상, FA컵은 2연패를 달성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죠. '대구 메시'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대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9.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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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수원 유스 출신' 방찬준·김진래 영입

안산 그리너스 FC(대표이사 김필호)가 측면 공격수 방찬준(24)과 수비수 김진래(21)를 영입했다.안산이 영입한 방찬준과 김진래는 모두 수원 삼성 유스 출신으로 매탄고 시절부터 이름을 떨쳤던 선수들이다. 공격수 방찬준은 중동중학교 시절, 전국대회 2차례 득점왕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매탄고 시절에는 15경기 연속골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괴물폭격기’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각종 대회에서 득점왕과 각종 상을 휩쓸어 나간 그는 2012년 고교챌린지리그 한 시즌 23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2015년 드래프트를 통해 수원 우선지명 선수로 입단한 그는 바로 다음 시즌 강원에 임대돼 시즌 초반 3경기 연속 골로 잠시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7년 K3리그 포천시민프로축구단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2018년 여주세종축구단으로 이적해 19경기 25득점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김진래는 매탄중 시절 조현두 감독의 지도 아래 처음엔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안정적인 빌드업으로 게임메이커 역할을 했다. 매탄고 시절 왼쪽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해 패싱력과 크로스 능력을 더하며 점차 주축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수비수임에도 대회 등에서 종종 중거리 골을 성공시키며 좋은 날카로운 킥력을 인정받았다. 매탄고 졸업 후 K리그 신인선수 선발을 통해 2016년 수원에 입단하게 된다. 이후 R리그에 주로 출전하며 활약하다가 2018시즌을 앞두고 당시 고정운 감독의 부름을 받아 FC안양으로 임대 이적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 시즌 안산으로 완전 이적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김진래는 “수원 이후 새로운 팀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고 적응을 잘해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입단 소감을 전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9.01.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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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부천 코치 "제자들과 흘리는 땀방울보다 값진 게 있을까요"

"지도자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 같아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최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재홍(40) 부천FC 코치가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3년째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천에 몸담고 있는 박 코치는 "지난 3년간 그렇듯 올해도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선수 때는 제가 좋은 활약을 하면 스스로 만족했는데, 코치는 선수 11명, 벤치 멤버까지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짓지 않는 이상 만족할 수 없게 되더라"라고 했다.박 코치는 우연히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2014년 발목 부상으로 1년간 무적 신분이 됐다. 30대 중반의 나이였기에 재활은 더뎠다. 설상가상으로 스트레스 탓에 체중이 늘어 120kg까지 불었다. 그런 가운데 손을 내민 것은 고향팀 부천이다. 박 코치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부천 구단으로부터 다시 한 번 선수로 뛰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부천에서 태어나 부천에서 운동을 한 저는 그동안 받은 것을 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박 코치는 이를 악물고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는 2개월 만에 무려 30kg를 빼 체중 90kg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는 갑작스럽게 뺀 체중 탓에 부상이 재발하면서 선수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대신 지도자가 됐다. 박 코치는 2015년부터 부천 스카우터 겸 코치 타이틀을 달았다. 그는 "갑작스럽게 코치가 됐는데, 유소년에서 올라온 2군 선수들까지 지도하게 됐다. 선수들을 잘 가르쳐야 하는데, 아는 게 없어 앞이 캄캄했다"로 털어놨다. 박 코치는 부족한 지도자 경험을 채우기 위해 밤낮 없이 뛰었다. 그는 지도자가 된 선배들은 물론 지방 중고교에서 코치로 지내는 후배까지, 감독이 되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무조건 달려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박 코치는 "후배한테 배운다고 자존심 상하면 지도자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전력 분석, 해외 영상, 각종 서적까지 독파하며 1년간 죽었다 생각하고 내실을 다졌다"고 했다.2016년 박 코치는 부천 리저브리그(R리그) 팀을 맡았다. R리그는 각 구단의 유스 출신 유망주들이 출전해 기량을 끌어올리고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곳이다. 박 코치는 "처음엔 교체 타이밍이 성공적이고 경기에 이기면 기뻤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니 제자들이 1군으로 승격돼 자리를 잡는 모습에 '아, 이게 지도자만이 느끼는 보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박 코치에겐 현역 시절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됐다. 박 코치는 남 부럽지 않을 만큼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센터백으로 뛴 그는 정상에 올라본 선수다. 키 184cm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그는 학창 시절 대한축구협회가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였다. 명지대 시절인 2000년엔 허정무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같은해 열린 아시안컵과 시드니올림픽에 연달아 출전했다.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에도 기회를 얻었다. 그는 홍명보, 박지성, 이영표 등 지금은 한국 축구의 전설이 된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2002 한일월드컵을 대비했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아쉽게도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 무대는 밟지 못했다. 이후 다시 재기해 2004 아시안컵에 나서기도 했다. 박 코치는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경험은 거의 다 해봤다. 월드컵 출전 외엔 모든 국제 대회를 다 뛰었다"고 말했다. 쓴맛도 경험했다. 2003년 강호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박재홍은 전남 드래곤즈, 경남FC 등에서 뛰며 전성기를 달렸다. 반면 우니베르시타테아 클루지(루마니아), 장쑤 슌텐(중국), 폴리스 유나이티드(태국)에서 뛰며 외국인 선수의 설움을 겪기도 했다. 이때 경험은 탄탄대로만 달려온 박재홍이 지도자의 꿈을 키워가는 데 버팀목이 됐다. 그는 "대표팀에서 뛰고 국내 무대만 경험했다면, 챌린지 선수들, 벤치에 앉는 선수들, R리그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30대에 접어들어 해외 여러 나라를 경험하고, 다양한 감독들의 지도를 받으며 축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했다. 박 코치는 "히딩크는 물론 국내외 다수의 지도자들과 생활하다보니, 여러 감독의 장점을 흡수하게 되더라"라고 덧붙였다. 부상을 이겨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박재홍은 2010년 양쪽 발목 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수술을 한 것 외에도 총 3차례나 내측 인대가 끊어졌다. 그러나 그는 물러나는 법이 없었다. 매번 지옥같은 재활을 근성으로 버텨내며 재기했다. 박 코치는 "다칠 때마다 축구를 그만해야겠다는 유혹이 찾아왔다"며 "그때 그만뒀다면 오늘의 지도자 박재홍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코치의 꿈은 단순하다. 그는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며 지도자로서 성장할 것"이라면서 "당장 잘 하는 지도자보다는 선수들과 팬들이 믿고 지켜볼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피주영 기자 2017.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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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수원 삼성의 장기적 투자, '화수분' 매탄고의 성공 신화

수원 삼성의 U-18(18세 이하) 유스팀 매탄고는 '화수분'이다.수원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보물 같은 신인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는 수원의 미래가 나쁘지 않은 이유다. 지난 25일 열린 수원과 강원 FC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6라운드의 주인공은 유주안(19·수원)이었다. 만 스무 살이 되지 않은 그는 프로 데뷔전이었던 이날 선발로 나서 1득점 1도움을 올리며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쳤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패기와 문전 앞 재치, 최전방 스트라이커 조나탄(27)과의 완벽한 호흡은 2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인상적이었다.이날 경기에 앞서 만난 서정원(47) 수원 감독은 유주안의 소개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서 감독은 "유주안은 매탄고 출신으로 R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 있었던 안산 그리너스전에서는 해트 트릭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동시에 수원 유스팀에 대한 '깨알 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팀에 유주안 같은 유스팀 출신 선수들이 많다. 이런 어린 선수들이 1군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수원 유스팀을 소개한 서 감독은 "축구에 '베스트'라는 것은 없다. 기량이 좋은 선수를 쓰지 않고 마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이 얘기는 실력만 있다면 어린 선수라도 적극적으로 기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수원은 매탄고 출신 '신인 대어'를 매년 낚고 있다. 유스팀 출신으로 1군에 들어와 득점을 신고한 선수만 해도 7명에 이른다. 2014년 8월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데뷔골을 터뜨린 권창훈(23·디종 FCO)을 시작으로 구자룡(25)과 김건희(22), 김종우(24)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2017년판 '신 앙팡 테리블'로 떠오른 유주안은 매탄고 출신으로는 역대 처음으로 데뷔전에서 골과 도움까지 올린 첫 주인공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이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이 매탄고의 '에이스'를 뜻하는 10번을 달고 뛰었다는 점이다.수원의 든든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김종우는 "매탄고 10번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학교 자체가 고교 최고의 팀이라는 자부심이 있는데 그 팀의 10번이니까 오죽하겠나. 10번은 자부심이자 나를 겸손하게 하는 숫자"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유주안 역시 "우리팀에서 등번호 10번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매탄고의 발전은 '외부 충원보다는 키워서 쓴다'는 수원 구단 철학이 만들어 낸 결과다. 수원은 구단에 투입하던 막대한 자금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한때 리그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으나 서 감독이 부임한 이후부터는 '키워 쓰는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있다. 당연히 구단의 관심도 '요람'인 매탄고에 집중되는 분위기다.실제로 매탄고 측은 "우리 학교 축구부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운영 프로그램까지 블루윙즈 축구단이 완전한 관리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 구단의 시스템을 이식한 매탄고 출신들이 두각을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김건희는 "매탄고는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최고 수준이다. 선후배 간 사이도 돈독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원 유스팀의 성공 신화는 향후에도 계속될 수 있을 전망이다. '선수의 기량만 좋다면 신인도 쓴다'는 사령탑 철학과 구단의 키워 쓰는 문화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수원이 배출한 스타이자 '앙팡 테리블' 고종수(39) 수원 코치는 "몇 년 전부터 경험이 적은 유스 출신 선수들을 키워 쓰고 있다. 초기에는 위험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고 단단해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자룡과 이종성(이상 25) 같은 선수들이 팀에 자리를 잡으면서 점차 팀 전력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한국 축구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수원의 유스팀과 같은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한국 축구는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 '맹주'로 불렸다. 그러나 2017년 들어 판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A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조별예선 탈락 문턱에 서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나선 U-20(20세 이하) 대표팀 역시 세계 강호 포르투갈이나 잉글랜드와의 대결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는 K리그 소속 각 클럽들이 재능 있는 유망주를 발굴하고 실전 경기에 투입해 진짜 실력을 키우지 못한 탓이 크다.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우리나라 유스팀 중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효과를 보고 있는 곳은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 제주 유나이티드 정도"라면서 "하지만 유스팀 출신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프로에 입단해서도 1부리그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하면서 실력을 쌓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K리그가 제도적으로 어린 선수들을 키우고 리그에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언제까지 '어린 선수는 실력이 없어서 못 쓴다'는 말을 할 것인가. 신인급 선수들이 실전 경기에 뛰지 못하는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축구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서지영 기자 2017.06.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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